세상에 나쁜 운동은 없다
요즘 새로 만난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크로스핏을 하고 있다고 얘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로스핏에 대해 오해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흔히들 크로스핏은 위험하고 관절을 파괴시키는 운동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요. 28년살면서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길진 않지만 1년 반 정도 크로스핏을 하면서 부상도 당해보고 내 몸의 긍정적 변화도 느껴본 입장에서 크로스핏에 대한 제 생각을 공유하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우선 '크로스핏' 자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크로스핏은 미국에서 생긴 피트니스 브랜드입니다. 역도, 파워리프팅, 보디빌딩, 맨몸 운동 같은 스포츠 종목이 아닙니다. 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 크로스핏이 브랜드라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크로스핏을 욕하더라도, 옹호하더라도 제대로 알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크로스핏에서 사용하는 운동법은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 특정 목적을 위해 훈련하는 것과 다르게 종학 접인 신체 능력을 기르기 위해 훈련하고 그것을 추구합니다. 예를 들어 파워리프팅은 무거운 무게를 들기 위해 스트렝스에 집중하고, 보디빌딩은 근비대에 집중하고, 마라톤은 멀리 달리기 위해 심폐지구력에 집중한 훈련을 합니다. 하지만 크로스핏은 궁극적으로 이 모든 신체 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한 훈련을 합니다. 크로스핏 창시자 글래스먼은 크로스핏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크로스핏은 어느 한 분야에 특화된 피트니스 프로그램이 아니다. 10가지 영역의 육체 능력을 골고루 극대화하려는 시도이다. 이 열 가지 능력에는 심폐지구력, 최대 근력, 유연성, 협응력, 민첩성, 균형감각, 정확성, 파워, 스태미나, 속도가 들어간다.
출처 : https://ko.wikipedia.org/wiki/크로스핏
실제로 크로스핏의 방법론을 통해 운동을 하면 이 10가지 능력들이 골고루 극대화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더 효율적인 운동법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이것이 저는 크로스핏의 기가 막힌 브랜딩 전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크로스핏에서 그 날에 할 운동을 WOD(와드, Work Out of a Day) 라고하는데 보디빌딩에서 2 분할, 3 분할 같은 루틴, 5x5 스트롱 리프트, 그레이 스컬 같은 스트렝스 프로그램 같은 크로스핏의 훈련 루틴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듯합니다. 크로스핏 박스(체육관을 가리키는 용어예요)에 가면 칠판에 WOD가 적혀있고 크로스핏 코치가 그날그날 설명을 해줍니다. 그리고 각자 수준에 맞게 스케일 된 WOD도 알려줘 각자가 뽑아낼 수 있는 최대치를 이끌도록 도와줍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기가막힌 브랜딩 전략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크로스핏은 개인 수준에 맞춰 운동할 수 있고 매일 다른 WOD를 제공하기 때문에 정말 재밌습니다. 운동을 처음 하는 사람도 숨을 헐떡거리고 그동안 쓰지 않던 근육을 쓰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재미를 느낍니다. 옆에 있는 사람보다 더 잘하고 싶어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다시 한번 재미를 느낍니다. 지난달에 들었던 무게보다 오늘 더 무거운 무게를 들면 다시 한번 성취감을 느낍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크로스핏을 성장시키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운동으로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이런 배경을 알고 크로스핏에 대한 오해들과 제가 지금까지의 느낌과 생각들을 적어 보겠습니다.
보디빌딩보다 크로스핏 선수들 몸이 이쁘던데 크로스핏을 하면 몸이 좋아지나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크로스핏은 보디빌딩, 피트니스처럼 몸을 키우고 몸을 이쁘게 만들기 위한 목적의 운동이 아닙니다. 따라서 크로스핏을 몸매 가꾸는 운동으로 접근하는 건 엄밀히 틀린 이야기 같습니다. 몸을 키우기 위해선 부위별로 고립과 자극을 통해 몸을 키우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선수가 아닌 일반인 입장에서는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꾸준함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재미'이고 저는 그래서 몸 좋아지는 것 크게 신경 안 쓰고 꾸준히 크로스핏을 즐기고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까로님도 크로스핏 만으로 몸을 만드시진 않더라고요. 골고루 자기가 원하는 것이 뭔지 알고 스마트하게 운동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크로스핏은 관절 파괴술?
크로스핏은 그날의 기록을 측정하고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다른 사람들의 기록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쟁심이 생기고 더 빨리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생긴 크로스핏 기술이 키핑, 버터플라이 풀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반동 풀업이라고 하는 풀업입니다.
기록 경쟁을 하는 다른 스포츠에서도 1등을 위해 달리는 프로 선수들은 더 좋은 기록을 위해 건강을 희생시키기도 합니다. 과학적 훈련법이 많이 보급된 지금은 그래도 그 희생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다시 크로스핏의 풀업으로 돌아와 이런 반동을 주는 풀업은 일반인보다 프로 선수들에게 어울리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반동을 이용한 풀업을 안전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신체적 능력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굳이 최고가 될 필요가 없는 일반인들도 무리하게 개수를 늘리려다 부상이 오는 것 같습니다.
이 풀업 뿐만 아니라 다른 동작들도 마찬가지겠죠. 크로스핏으로 부상이 많이 유발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지만 이것이 크로스핏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 군대에서 축구하다 전방 십자인대 나가고 보디빌딩식 헬스 하다 손목 다치고 주지 수하다 무릎 나가고 어떤 스포츠에서나 마찬가지로 부상당하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하고 부상을 방지해줄 코치를 볼 수 있는 눈을 기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초보자가 시작하기 힘들다?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초보자부터 시작했기 때문에요. 각자 능력에 맞게 운동 강도를 조절해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미 몸상태가 좋은 분들보다는 성장 속도나 수행능력 면에서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크로스핏만 적용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당연하지만 재미가 있다면 그 노력이 그리 지루하지 않고 끝까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크로스핏은 그들 만의 리그?
크로스핏하면 소위 친목질이 심하다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그런 성향을 가진 부류가 있고 아닌 부류도 있습니다. 처음 운동하러 가서 어색해도 남 눈치 보지 마시고 자기 운동 열심히 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사람들도 있고 그 자체도 재미이고 크로스핏의 장점이니까요.
크로스핏은 비싸다?
네. 크로스핏이 많이 보급돼서 좀 더 싸졌으면 좋겠습니다...
크로스핏에 대한 생각이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뀌셨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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